奶奶的星星
할머니의 별
몇 년 전 【샨샨 중국 원서 읽기 모임】에서 《朗读者(낭독자)》를 함께 읽었는데, 그때 徐静蕾가 추천한 작품이 바로 史铁生의 《奶奶的星星》(할머니의 별)이었어요. 낭독하면서 깊은 여운이 남아 바로 이 삽화본을 구입해 다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글자만 빼곡히 들어찬 문장만 읽었을 때와는 달리 삽화가 들어간 판본은 마치 동화 같은 게 느낌이 또 달랐어요.《朗读者》에 수록된 버전은 전문이 담겨 있지만 글자가 촘촘해 12쪽밖에 안 되는데, 이 책은 글씨도 큼직하고 삽화도 많아서 총 85쪽입니다. 얼핏 보면 동화책이나 산문이 아닌가 싶지만, 단편 소설이에요. 어려운 삶을 살았지만 매사 긍정적인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함께했던 손자의 할머니에 대한 따스한 기억을 담아낸 이 작품은, 잔잔하지만 뭉클한 여운을 남깁니다.
읽다 보면 할머니는 주인공인 '나'에게 땅에 사는 사람이 죽으면 하늘에 별이 하나 더 늘어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리고 그 별은 밤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길을 밝혀준다고 합니다. 죽음이 단절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여전히 누군가를 비추는 빛으로 남는다고 믿는 그 따뜻한 세계관이 참 좋았어요. 이 부분을 읽다 문득 떠오른 문장이 있어요.《구름가의 구멍가게》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에게는, 세상에 살아 있는 소중한 사람 하나하나가 가장 밝은 초롱이야”라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존재가 죽은 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환한 불빛이 된다는 말이었어요.
그렇게 보니, 한 사람은 '별'이 되어 남고, 또 다른 사람은 '초롱'이 되어 남네요. 존재하는 곳은 다르지만, 둘 다 결국은 ‘서로를 비추는 존재’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땅에 남은 사람에게는 하늘의 별이 길이 되어주고, 떠난 이에게는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 하나하나가 삶의 의미가 되는 거죠. 그 연결은 눈에 보이진 않아도 분명히 존재하고,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기억하고, 비추며 살아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 마지막 부분이 인상적이라 일부 문장을 발췌해 올립니다.
据说有一种蚂蚁,遇到火就大家抱成一个球,滚过去,总有一些被烧死,也总有一些活过来,继续往前爬。人类的路本来很艰难。-중략-
我就有想起了奶奶的星星。 历史,要用许多不幸和错误去铺路,人类才变得比那些蚂蚁更聪明。人类浩荡前行,在这条路上,不是靠的恨,而是靠的爱......
불이 나면 서로를 껴안고 공처럼 뭉쳐 굴러가는 개미가 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불에 타 죽지만, 살아남은 일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한다. 인류의 길도 원래 험난하다. -중략-
나는 문득 할머니의 별 이야기가 떠올랐다. 역사는 수많은 불행과 오류로 길을 닦아야만 한다. 그래야 인류는 그 개미들보다 훨씬 더 지혜로워질 수 있다. 인류는 그렇게 장엄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증오가 아니라, 바로 사랑이다.
史铁生 작품을 읽어 보고 싶은데 산문집의 분량 압박 때문에 부담이 되셨던 분이라면 이 책으로 가볍게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셔도 괜찮을 거 같아요. ^^